오늘은 어린이미술관 잠실 헬로우 뮤지엄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_헬로우 뮤지엄(Hello Museum)_은 겉보기엔 평범한 어린이 미술관이다.
하지만 막상 내부로 들어가면 이곳은 단순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현대예술과 철학, 환경, 감정의 복잡한 층위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풀어낸 아주 특별한 박물관이라는 걸 금세 알게 된다.
미술관 아닌 ‘놀이의 철학실’
처음 헬로우 뮤지엄에 들어섰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여긴 조용히 관람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명확하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이 뛰놀고, 만지고, 엉뚱한 행동을 해도 허용되는 분위기.
사실, 헬로우 뮤지엄은 ‘놀이를 통해 사고하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전시 작품 하나하나가 놀이와 접목되어 있다.
예를 들어 거대한 종이박스를 쌓아 만든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보며 '나만의 방'을 상상하게끔 유도하고,
형태가 흐릿한 오브제를 만지면서 '이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 미술관은 ‘정답 없는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하다.
“이건 뭐처럼 보여?”, “이게 무슨 소리일까?”, “여기선 어떤 규칙을 만들어볼까?”
이런 식의 질문은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색다른 사고 전환을 유도한다.
이곳은 미술관이자 실험실, 놀이터이자 질문의 창고 같은 곳이다.
기이한 전시, 그러나 따뜻한 메시지
헬로우 뮤지엄은 전시가 참 독특하다.
여타 어린이 전시처럼 귀엽고 알록달록한 이미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심지어 어른이 보기엔 '이게 너무 난해한 거 아닌가?' 싶은 작업도 많다.
예컨대 어떤 전시에서는 거대한 플라스틱 폐기물 더미 위에
아이들이 직접 색을 칠하고, 이름을 붙이는 활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바다로 가면 누가 아플까?’라는 식의 대화를 유도한다.
아이들은 단순한 미술 체험을 넘어, 쓰레기의 삶과 자연 생태계를 자연스레 연결 짓게 된다.
또 다른 전시에서는 ‘마음의 무게’를 표현한 설치 작품도 있었다.
아이들이 무거운 돌을 들고, 각자의 감정을 써서 바구니에 넣는 퍼포먼스였다.
아이들이 “슬픔은 무거워요” “기쁨은 가볍고, 빨라요”라고 말하는 걸 들으며
미술관이 아이들에게 감정 언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그 기이함은 단순한 괴상함이 아니다.
‘왜 이게 여기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다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헬로우 뮤지엄이 특별한 진짜 이유
서울에는 아이들을 위한 전시공간이 많다.
하지만 헬로우 뮤지엄은 작고, 조용하고, 철학적이며, 행동을 유도하는 곳이다.
즉, 단순히 예쁜 전시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는 훈련을 하는 곳에 가깝다.
특히 이 미술관은 환경과 감정, 다양성을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단순히 ‘보고 끝나는 미술’이 아니라,
손으로 만들고 몸으로 움직이며, 마음으로 느끼는 참여형 전시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자주 방문해도 매번 새로운 생각을 하고 돌아오게 된다.
또한, 미술관의 큐레이팅이 아이를 하나의 ‘존중받아야 할 예술 소비자’로 대우한다는 점도 인상 깊다.
아이에게도 생각할 기회를 주고, 의견을 묻고, 스스로 의미를 만들도록 격려한다.
어른들 역시 이 전시에 함께 참여하면서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감각일지도 모른다.
헬로우 뮤지엄은 보기 드문 공간이다.
아이들의 공간이지만, 어른에게도 꼭 필요한 감각을 자극하는 곳.
미술을 ‘전시’가 아닌 ‘대화’로, 교육이 아닌 ‘경험’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서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독창적인 문화 공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서울 잠실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혹은 아이와 함께 색다른 미술 체험을 하고 싶다면
헬로우 뮤지엄은 분명 뜻깊은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