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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집착 사이, 고양이 박물관 – 암스테르담 KattenKabinet 탐방기

by rami8086 2025. 3. 31.

예술과 집착 사이, 고양이 박물관 – 암스테르담 KattenKabinet 탐방기

 

오늘은 고양이 박물관암스테르담 KattenKabinet 에 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고양이에 ‘진심’인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고양이 박물관(KattenKabinet)이다.
이곳은 예술과 집착, 유머와 미묘한 기괴함이 공존하는 아주 독특한 박물관이다.
고양이라는 하나의 테마만으로 수십 년간 예술품을 수집하고 전시한 이 박물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이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대저택 속의 고양이 궁전

KattenKabinet은 암스테르담 중심가의 운하 바로 옆,
17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대저택에 자리 잡고 있다.
외관만 보면 “여기가 고양이 박물관이라고?” 싶을 만큼 클래식하고 위엄 있는 건물이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 의문은 곧 확신으로 바뀐다.

고풍스러운 계단, 샹들리에, 벽난로 옆을 유유히 걷는 고양이 모형들.
곳곳에 숨어 있는 진짜 고양이 한두 마리까지 더해지면
이곳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고양이의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공간은 원래 박물관 설립자인 Bob Meijer가
자신의 반려 고양이 'J.P. Morgan'(맞다, 은행가 이름에서 따왔다!)의 추모를 위해
설립한 개인 컬렉션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전 세계의 고양이 예술품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 유일의 고양이 전문 예술 박물관이 되었다.

 

고양이에 미친 예술의 방

KattenKabinet의 진짜 매력은 컬렉션의 밀도다.
이곳에는 단순한 고양이 포스터나 장난감이 아니라,
실제로 미술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이 여럿 존재한다.

고흐, 피카소, 렘브란트… 이 유명 화가들의 드로잉 속 고양이들이
액자 속에서 조용히 관람객을 바라본다.
한쪽 벽에는 19세기 고양이 광고 포스터가 꽉 들어차 있고,
다른 방엔 고양이를 소재로 한 풍자만화와 수묵화, 조각, 책자들이 질서 있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고양이를 의인화한 고전 회화였다.
귀족처럼 옷을 입고 우아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묘하게 품위가 있었다.
그림을 보고 웃다가도, “인간과 고양이의 경계가 이렇게 모호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컬렉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건 단순한 '고양이 사랑' 그 이상이다.
예술가들이 고양이에게서 어떤 감정과 철학, 존재감을 끌어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람객도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애묘인 성지, 그러나 살짝 기묘한 공간

KattenKabinet은 분명 귀엽고 사랑스러운 공간이지만,
그 분위기는 조금 기묘한 동화 속 같다.
조명이 어둡고, 실내는 클래식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다.
벽에는 고양이 초상화가 줄지어 걸려 있고,
발밑에는 진짜 고양이가 느긋하게 누워 사람들을 바라본다.

관람 중에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
어느 방에서는 틀어놓은 클래식 음악 사이로 고양이 소리 효과음이 섞이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고양이를 보고 있는 걸까, 고양이가 나를 보고 있는 걸까?’
하는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박물관의 관람 동선은 자유롭고, 곳곳에 놓인 소파나 의자에 앉아 쉴 수도 있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운하 풍경이 보이고,
그 앞에서 고양이 책자를 넘기다 보면 이곳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곳은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예술 공간이다.
그리고 관람객은 그 신비한 왕국의 손님이 되어
잠시나마 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KattenKabinet은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히 고양이를 전시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예술로 해석한 집합체다.
사랑, 유머, 경외, 감정, 자유…
그 모든 것이 고양이라는 동물을 매개로 표현되고 있다.

여행 중 소소한 시간이 남을 때,
혹은 사람 많은 미술관 대신 조용한 감성 공간을 원할 때
KattenKabinet은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명소다.
물론, 고양이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이곳은 이미 성지순례지로 예약 완료다.